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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전진"

 

 

JongKil Kim

Art director

 

 

박장근의 형상조각과 그 맥락

 

예술은 때로 장대한 역사의 초상을 새긴다. 멜빈 레이더와 버트럼 제섭은 예술가에 대해 예술적 형식에 의해 작업하는 역사가라 말하면서, 예술은 종종 역사의 명백한 전달 수단이며 때때로 역사의 함축이고, 그 자신의 시대에 대한 자기반성적 논평이라 주장했다. 예술과 시대의 수레가 두 바퀴로 한 몸을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장근은 자신의 조각을 역사의 맥락으로 소급한다. 그에게 역사는 시대를 보는 창/窓이며, 미래를 여는 열린 의식이고, 그것을 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여, 삶의 근거를 형성하는 그의 역사인식은 인간과 자연, 신화와 전통, 생명과 연대 사이에서 맥놀이 친다. 그러나 그의 조각이 한 시대의 구체적 실체로서 하나의 사실, 사건,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오랜 역사의 층이 만들어 낸 응어리 즉, 역사의 고갱이 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느 누가 아닌 우리 모두다.

 

작품 속의 ‘그’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며, 또한 복수인 동시에 단수다. 그러니까 ‘그’는 우리이며 나고, 너란 얘기다. 하지만 ‘그’는 인류 보편적 자아를 형성하는 상징적 단일체와는 거리가 있다. 박장근에게 있어 ‘그’는 민족적 개념에 가깝고, 민족의 역사성에서 이어진 생명의 배꼽을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민족주의와 상관하는 한 예술가의 역사적 초상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민족주의가 당대 담론에서 거론되는 편협성과 보수성, 순혈성과 쇄국적 배타인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작가는, 거대한 강으로 흐르는 민족의 유유한 역사를 바라볼 뿐이며, 거기, 강의 바닥과 하천, 숱한 지류를 거쳐 흘러 온 역사의 단단한 몸을 느낄 뿐이다. 그 몸은 끊임없이 나락했다가 상승하며, 부서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죽었으나 부활을 거듭한다. 그렇게 몸은 단련된 것이다. 민족은 강물처럼 흘러 혼합하고 통섭한다. 그가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민족이 민족의 이름으로 생명 공동체를 형성하며 미래를 향해 영구평화를 꿈꾸는 것.

 

또 하나는 '그'를 통해 실재와 비실재의 틈에 자리한 시대성의 얼굴을 형상화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는 점인데, 그가 사실성에 기반한 형상조각의 전통을 고집하면서도 독특한 형상성 실험을 지속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몸의 형상이 만들어 내는 긴장과 이완, 그 사이의 여백, 그 뒤의 여운, 그는 이 몸에 진실성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역사는 명백한 몸들의 기록이며, 꿈이며, 엄숙한 현실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은 역사의 주체이고,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꿈꾸어야 한다"고.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이 특징은 그가 첫 전시이래 지속적으로 구축한 그의 조형미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첫째는 역사와 대지(大地)의 상징 언어를 남성성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둘째는 그 상대개념으로 궁창(穹蒼)과 우주를 여성성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음양의 조화를 통한 새 생명의 창조, 그리고 네 번째는 세대와 세대의 이어짐, 마지막으로 역사를 비상하는 인간의 의지다.

 

보편적 상징으로서 대지는 여성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견이다. 그러나 박장근은 기존의 상징 언어를 자신의 조형어법으로 역설화해 표현하고 있다. <전진>, <대지의 깃발>과 두 번째 개인전의 <기도>, <꿈꾸는 산맥>은 설령 작품 속에 여자가 등장하더라도 그 표현방식은 부드러움이 아닌 굴곡진 상흔이다. 온 몸에 새겨진 산맥의 힘찬 역동은, 수 천 년 역사의 물결이 얼마나 크게 요동쳤는가를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그의 대지는 그 자체로 역사이며, 몸이기 때문이리라. 또한 이것은 강인한 인간의 존재성을 드러내는 박장근식 조형미학의 특색이며, 깨어있음의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깃발'이 우리시대의 깨어있는 자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이 남성성을 갖는다하더라도 ‘남자’일 순 없다. 그의 몸은 남과 여를 구분하지 않는 민중이다. 그렇기에 <기도>는 남성성으로 표현된 민중의 여신이며, 모궁(母宮)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우리는 그의 <꿈꾸는 기둥>에서 여성성으로 표현된 우주와 만난다. 그의 우주는 달빛이다. 푸른 하늘, 궁창의 저 깊은 하늘은 그 안에서 더불어 빛난다. 그 빛은 꿈이다. 우리가 한 없이 다가가고픈 미래이며, 소망체다. 그런데 이 꿈은, 빛은 가슴위에 있다. 꿈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빛을 발한다. 사실 박장근의 많은 작품들은 밝음보다는 그늘,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굵은 실루엣을 내 비친다. 하지만 그늘은 흰 그늘이요, 흰빛이다. 김지하는 "'흰 그늘'에서 그늘이 인생의 쓴맛과 단맛, 희로애락, 한을 표현하다면, 흰빛은 신성함, 신명같은 것과 관련된다"고 했다. 박장근에게 있어 어둠은 먹먹한 절망이 아니라 환한 흰빛의 투영이라 할 수 있다. 자 보라! 기둥이 된 여성의 몸은 생명을 포태하려는 의지로 충만하지 않는가.

 

첫째와 둘째의 상징을 잇는 작품은 뜻밖에도 <전진>이다. 이 작품은 역사의 무게를 대지로부터 끌어 올리는 한 인간의 형상이다. 그는 몸의 모든 몸, 모든 에너지를 이용하여 머리(무게)를 올리고 있다. 작가는 "중력을 다스리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진보를 이루는 일"이라 말하지만, 대지에서 우주로 가 닿는 그의 몸은 고뇌, 고통, 절망을 동반한 희망으로 해석된다. <고독한 비행>은 이 프로메테우스와 이카루스의 신화가 대지로 추락해 안착한 ‘현실인’이다. 그들의 본능은 추락했으나 오르는 것이며, 상실했으나 자라는 것이다. 두 개의 손을 활짝 편 것처럼 크게 펼친 두 날개는 우리가 상실한 순수의 이면이 아니겠는가.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는 <태동>은 남녀가 원반의 중심을 향해 마주한 형국이다. 일자로 쭉 뻗은 두 몸은 사람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다. 이것은 마치 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만나는 접점과도 같고 태극의 이치와 닮았다. 이 원반은 두 세계 사이에서 하나의 합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두 사람이 만나는 그 시작점!

<훈장>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의 작은 아이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역사가 보편적 개념으로 가더라도 ‘나’의 역사이며, 그런 ‘나’의 나들이 모인 응집체임을 타전한다. 그러므로 다시, 그의 역사는 ‘나’에게로 소급될 수밖에 없는 매우 구체적인 실체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작품인 <꿈꾸는 비클>은 앞서 언급한 모든 작품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수레이며, 대지이고, 우주다. 꿈을 싣고 가는 자, 그는 인간이란 얘기다. 그 안에 전통을 새겨 넣고, 의미를 담는 그릇이 되게 한 것을 보라.

 

박장근의 형상조각에는 시대와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그의 시대는 ‘지금, 여기’일 수도 있고, 한 세기일 수 있으며, 그 너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로 와 있는 이 지점, 바로 여기라는 사실이다. 작품에 투영된 역사가 추상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작품 속 현실은 여전히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사실을 직시한다. 삶을 소거한 신화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역사의 신화는 인간의 삶에서 잉태하지 않는가. 그 신화, 꿈의 신화 속으로 들어간 우리의 자화상이 바로 거기에 있다!

 

Dreamer_40x18x175h(cm)_브론즈,스텐레스 스틸,알루미늄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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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vehicle_430x54x117cm_나무,철,스텐레스 스틸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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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vition View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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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r_40x18x175h(cm)_브론즈,스텐레스 스틸,알루미늄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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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전진"_ JangKeun Park

    Aug. 23 - Sept. 17,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