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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KiChang Han Solo Exhibition"
JooHuen Lee
Art Critic
'어디 핀들/꽃이 아니랴//감옥 안에 핀다고/한탄하지 않고//갇힌 자들과 함께/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문부식의 '꽃들' 중에서)
꽃은 어느 꽃이나 아름답고 어디에 피어도 아름답다.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대해 가르쳐준 최초의 사물일 뿐 아니라, 사랑과 행복의 영원한 상징이다. 그래서 꽃을 한아름 선사 받을 때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는 사랑과 행복의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온다.
그의 꽃들은 모두 <뢴트겐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꽃의 형상이 뢴트겐 사진에 직접적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창의 작품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다. 먼저 라이트 박스가 화포를 대신한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차트를 걸어 넣고 보는 그런 종류의 라이트 박스다. 그것을 시트가 어둡게 가리고 있다. 꽃과 잎사귀 등 식물의 이미지는 시트의 오려진 형상을 따라 라이트 박스의 빛이 비쳐 나옴으로써 나타난다. 그 밝은 자리에 엑스레이 사진들이 붙어 있다. 사람 신체의 여러 부위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이 조각조각 오려져 콜라주로 붙어 있다. 그러니까 이 꽃은 뢴트겐 사진의 꽃인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것은 대부분 우리 몸에 이상이 있어 이를 검사하기 위한 것이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그 나름의 근심과 걱정을 이 얇은 필름에 담는다. 어떤 이는 정말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며 촬영에 임할 것이다. 어떤 이는 사진이 보여주는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엑스레이 사진은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실존적인 아픔과 고통, 한계를 근원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미지들로 이뤄진 한기창의 꽃은 그만큼 실존의 무게를 절절히 담은 꽃이다. 그런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꿈과 사랑, 삶을 향한 의지는 여전히 꽃봉오리처럼 피어올라 세상을 찬란하게 물들인다. 한기창의 뢴트겐 꽃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유이다.
사실 작가 자신이 삶의 이런 전개를 생생히 경험했었다고 한다. 미국 유학을 가려다가 교통사고로 1년 넘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그는 그 기간 동안 일곱 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삶은 그에게 그렇게 잔인했지만, 또 그 모든 것을 품어 안으며 아름다운 빛으로 피어나 주었다. 작업 과정보다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며 엑스레이 사진을 얻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하는데, 그 사진들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런 혹독한 고통과 시련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엑스레이 사진 위에서 피는 꽃도 꽃은 꽃이다. 이 꽃을 보며 시인의 흥얼거림을 '오버랩'해 본다. 아픈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Han KiChang Solo Exhibition"
June. 19 - July. 11. 2004.

뢴트겐의 정원_200(H)x240(W)x8(D)_x-선필름.폴리카보네이트.형광등.라이트박스 입체설치_2003

뢴트겐의 정원_detail_200(H)x240(W)x8(D)_x-선필름.폴리카보네이트.형광등.라이트박스 입체설치_2003


뢴트겐의 정원_200(H)x240(W)x8(D)_x-선필름.폴리카보네이트.형광등.라이트박스 입체설치_2003